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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집
제주 서귀포의 한적한 마을 서호동에 자리한 이 집은 시골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한옥과 양옥 그 사이 어디 쯤의 익숙하고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기와가 올라간 대문을 지나 귤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살짝 돌아 서면 중앙에 있는 현관문을 기준으로 좌우에 크게 난 창문의 반복과 낮게 깔린 박공지붕이 오묘한 균형을 이룬 식물집을 발견할 수 있다.
식물집은 '듀송 플레이스' 조경 디자인을 하는 부부가 더 많은 사람들과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공간이다. 볕이 잘드는 창과 넓은 앞마당을 가진 이 집은 두 사람이 살던 주택이었고, 그들의 생각을 실현하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는 식물집이 어느 친근한 이웃집에서 식물과 휴식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두 부부가 손님을 맞이하던 거실은 화분과 식물들로 가득한 쇼룸이 되었고, 부부의 부엌은 커피를 내리는 카페의 주방이 되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침실은 카페 좌석으로 채워지고, 앞마당의 귤밭 사이사이에는 야외 좌석과 온실이 자리했다. 테라스에서는 이집과 함께 자란 동백과 무화과 나무를 바라 볼 수 있는 벤치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건물 뒤편의 어둡고 후미진 창고는 돌담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을 즐길 수 있는 메디테이션 룸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