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7 론리플래닛 - 눈먼고래


돌집 2채가 땅인지 해안에 쌓은 돌무더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작하게 정주하고 있다. 붉고 파란 원색 지붕과 이웃한 마을 골목에 다가서야 안채가 겨우 드러나는데, 시커먼 지붕과 아래로 향한 조명의 은은한 빛이 이곳을더욱 신비롭게 한다. 눈먼고래는 조천 바다에 면한 프라이빗 렌털 하우스다. 돌집을 '눈먼고래'로 탈바꿈시킨 디자인 스튜디오 지랩(Z-Lab)은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마치 바다에서 표류한 2마리의 고래가 육지로 다가와 폭 파묻힌 느낌을 받았다"고. 실제 외관은 꼬리를 바다로 향한 채 해안에 표류한 대왕고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제주 돌집의 둥근 지붕 모양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제주의 주택은 혹독하게 부는 바람을 피하기 위해 초가지붕을 얽어 둥글게 만든다. 바람이 둥근지붕을타고넘어최대한저항을덜받도록 설계한 선조의 지혜인 것. 지랩은 곡면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눈먼고래에서 2분 거리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서 지붕의 틀을 만들었고, 크레인을 사용해 그것을 돌집 위에 그대로 얹었다. 어두운 색깔의 알루미늄 패널은 시간대에 따라 오묘한 빛의 반사광을 낸다


눈먼고래는 미래적 디자인의 메탈 구조물과 자연스러운 돌의 질감이 만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럼에도 주변 마을의 가옥과 비교해 이질적인느낌은없다.조망을위해창을낸부분을 제외하고는 현무암으로 쌓은 벽을 그대로 살렸다. 그래서 새로 마감한 벽면과 색이 다르다. 거실과 방을 갖춘 바다고래, 숲고래 2채가 중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구조로, 안거리(안채)와 창고 건물을 개조한 것. 눈먼고래의 관리를 맡고 있는 김수정 매니저는 바다고래의 핵심은 노천 욕실에 있다고 말한다. "똥돼지 아시죠? 돼지가 사람 똥 먹던 구조의우리를그대로살렸어요.사람이변을보던 공간은 바다 전망대가 되었고, 돼지우리는 노천 욕조로 바뀌었죠. 주변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공간이라편하게노천욕을즐길수있어요.밀물때 욕조에 앉으면 바다의 수평선에 시선이 걸립니다.


100년 이상 된 담쟁이덩굴이 단단하게 뿌리내린 돌담도 특이해요. 강한 바람 때문에 담쟁이가 자라기도 어렵지만, 보통 벌레가 많이 생겨 없애는 편이거든요.” 그의 말대로 눈먼고래는 ‘제주다움’을 실천한 건축이 돋보인다. 대들보와 서까래 등의 골조를 유지하고 고재를 활용해 침구와 테이블을 행어 등의 오브제는 매터앤매터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라이마스의 간접 조명과 친환경 코즈메틱 이솝으로 마련한 어메니티 등 꾸민 이의 고민과 정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급 호텔과는 또 다른 제주다운 쉼을 만끽하는 하룻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