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리빙센스 - 서촌차고

서촌 차고로 떠난 여행


여행의 감성을 선물하는 지역상점

단순한 숙박의 개념이 아니라 '머무르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스테이 전문 건축가 그룹 지랩이 또 일을 벌였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체 못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이상묵, 박중현, 노경록, 이 세 남자가 모여 평범한 차고를 여행의 감성을 선물하는 지역상점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여행과 감성, 지역이 결합한 서촌차고는 지랩과 협업하는 스테이의 주인장들이 만든 유니크한 브랜드와 그 결과물들을 소개하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이름은 쉽게 지었다. 서촌에 있는 차고라 서촌차고다. 세 남자가 처음부터 서촌을 주 무대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낙후된 도심 재개발 지역의 10평 미만 버려진 작은 공간을 찾던 중 주민들도 모르는 공간을 발견했다. 3명의 동업자 중 한 명인 박중현씨가 우연히 알게 된 서촌의 오픈 하우스 행사(동네 주민이 직접 마을을 안내하는 행사로 그 행사 자체가 무척이나 신선했다)에 참석한 것이 인연의 출발이었다. 오픈하우스를 돌아보며 부동산의 문을 두드린 세 남자는 어딘지 모르게 눈길이 가는 차고와 만나게 된다. 옷을 사러 갔을 때 우리를 가장 유혹하는 말은 "엄청 싸요. 엄청 예뻐요"가 아니라 "이게 마지막이에요. 둘러보고 오면 팔렸을 텐데"라는 말이다. 망설이는 세 남자에게 부동산 중개업자는 "서촌에 1층 점포가 나오기 쉽지 않아요. 오늘 다른 분도 둘러보고 가셨어요"라고 했고, 그렇게 바로 의문의 공간은 세 남자에게로 와서 서촌차고가 됐다. 무엇보다 세 명의 동업자들은 서촌이라는 작은 동네(?)에 숨은 크리에이터가 많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서촌차고가 숨어 있는 무림 고수들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서촌차고는 7평 남짓 작은 공간. 더구나 한 덩치 하는 남자 셋의 작업공간으로는 좁은 편이다. 하지만 차고 뒤편으로 이어지는 정원과 큰 창이 인상적인데다 천장의 매력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맑은 날엔 햇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고, 비 오는 날에는 창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운치 있어서 좋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간혹 불쑥 들어온 후 테이블에 앉아 "여기 카페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방문객도 있다. 


서촌차고는 지랩이 꿈꾸는 'stay'의 모든 것이 담긴 공간이다. 스테이의 주인장들이 직접 그린 그림. 손으로 뜬 티코스터 등을 서촌차고에 내놨다. 이들은 이 제품을 여행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판매도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에는 지랩이 콜라보레이션했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제품들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숙박공간을 운영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로컬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서촌차고는 크리에이터와 지랩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지랩의 세 남자가 작업실 용도로 사용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크리에이터들이 본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크리에이터는 2주에 한 번씩 릴레이로 바뀐다.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음에도 먼저 연락을 해오는 크리에이터들이 제법 있다. 작가 선정은 나름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지만 조건은 딱 두 가지다. 열정을 보이는 사람. 서촌차고와 어울리는 사람이면 오케이다. 거기에 '스테이'를 기본으로 하는 지랩답게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면 더욱 환영이다. 기자가 서촌차고를 찾은 주에는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캔버스에 옮기는 남은희 작가가 있었는데, 여행의 감성과 추억을 캔버스에 옮기는 그녀의 모습이 서촌차고와 썩 잘 어울렸다. 지랩은 이렇게 모인 크리에이터들과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