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9 행복이 가득한 집 - 이화루애, 눈먼고래


이화동 쪽방에 꽃핀 사랑방, 이화루애

1950년대 지은 조선 영단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화루애는 당시로는 가장 최신식인 일본 나가야(방과 방이 길게 붙은 다세대주택) 건축 기술로 지었다. 그래서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을 하나로 뚫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그 결과 1층 입구엔 이화동에 놀러 온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파스텔 뮤직 숍을, 뒤뜰과 2층은 주방과 침실로 구성한 파티형 게스트 하우스로 바꾸었다. 공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외관은 창문과 2층 테라스외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내부 역시 가능한 한 원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철거했는데, 철조망 기둥과 그 사이에 벽돌을 메운 1층 천장을 날것 그대로 노출했고, 적산 가옥의 2층 골조도 남겨두었다. 철거하며 나온 고재를 욕실 문 같은 곳에 재활용하거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매터앤매터의 가구를 놓는 등 재생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21세기에 재탄생한 제주 가옥

제주에서도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조천읍에는 검은 고래 등처럼 매끈한 지붕을 얹은 집 두 채가 자리한다. 마치 눈이 먼 고래가 길을 잘못 들어 육지에 다다른 것 같다고 해 이름 지은 '눈먼고래'는 지은 지 1백 년은 족히 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옛 가옥을 개조한 독채형 게스트 하우스다. 제주 가옥은 태풍과 거친 바닷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억새)를 엮고 검은 그물을 씌운 이엉지붕과 집 전체를 둘러싼 돌담이 특징인데, 눈먼고래는 이 형태를 최대한 살리되 구조와 재료를 현대식으로 보완했다. 그래서 새와 검은 그물 대신 방수 시트와 알루미늄 징크로 지붕을 만들어 씌우고, 내부의 썩은 서까래와 기둥은 제주에서 자란 삼나무로 대체했다. 또 철거하면서 뜯어낸 대문과 마룻바닥의 나무로 테이블과 침대를 만들었고, 본래 마당에 있던 대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공사했다. 돌집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한 눈먼고래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