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3 아레나옴므 - 이화루애


서울 하늘 동네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아름다운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화동이다. '벽화마을'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이곳은 굽이굽이 골목마다 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 덕분에 여행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마을 초입에서 어벤져스 벽화를 지나 천사 날개를 끼고 좌회전, 우회전해가며 미션에 가까운 길 찾기를 완수하고나면 '과연 여기에 숙소가 있을까?'싶은 바로 그곳에 '이화루애'가 위치한다. 이화루애에 입성하기 전, 파스텔 뮤직에서 발매한 다양한 음반을 들을 수 있는 뮤직 숍과 조우하게 된다. 파스텔 뮤직 소속 뮤지션인 에피톤 프로젝트가 '이화동'이라는 노래를 부른 덕분에 이화루애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여기서 가볍게 음악으로 몸을 풀고 나면 안쪽에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이화동 언덕길에 사랑방을 만든 이는 디자인 그룹 지랩(Z_lab)이다. 이효리와 김나영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해진 제주도의 '눈먼 고래', 서울 창신동의 도심 여행 숙소로 이름을 알린 '창신기지'등 만드는 족족 감성을 건드리는 공간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부모님의 낡은 식당을 개조하는 작업을 함께 하면서 공간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된 지랩은 연달아 히트 작품을 만들어낸 이후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잘 만들어진 공간을 소개하는 채널인 '스테이폴리오(Stayfoli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낡고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의 결과물인 이화루애도 경험이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950년대 지어진 적산 가옥을 개조해 옛것과 새것을 조화시켰다. 가장 서울다운, 옛 서울 '한양'의 느낌을 간직한 이화동은 아찔한 언덕배기 때문에 차량 진입이 어려워 숙박에 불리한 점도 많지만 한양 도성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구릉지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불편함을 개선해야 하는 아이러니함을 안고 시작한 이화루애는 그간 지랩의 노하우를 성곽에 접목할 수 있는 모험적인 프로젝트였다. 1층은 오픈 키친으로, 2층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눴다. 옹벽에 숨어 있는 노천탕도 이화루애만의 매력이다. 작년 여름 문을 연 이곳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서 소규모 파티 문화의 메카이자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랩의 이상묵 실장은 이화루애가 왜 이화동에 자리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도시도 이처럼 산을 끼고 발전한 곳은 없다. 서울에서 성곽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화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