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옥의 새 가능성 제시 ‐. 여행자를 위한 공간 '누와'
기와지붕이나 대청마루, 처마의 곡선 처럼 한옥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한옥일까. 오늘의 도시에 맞는 새 한옥은 어떤 모습일까.
이상묵, 노경록, 박중현이 창업한 건축회사 지랩 (Z_Lab)은 지난해 서울 누하동에 지은 누와(NUWA)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누와는 골목 안 오래된 한옥을 고쳐 혼자 머무는 여행자(최대 2인까지 숙박 가능)의 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지난해 말 영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에 실렸고 최근에는 글로벌 건축 디자인 웹 진(인터넷 잡지) 아키데일리와 디진에서도 조명했다. 한국의 전통미와 세계적 보편성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미 올 가을까지 예약이 찼을 만큼 소문이 났다.
최근 만난 노경록은 “울퉁불퉁한 서까래가 실내에 드러나 있어서 한옥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면서 “일본 목조 주택과도 다른 점”이라고 했다. 침실도 서까래를 노출시켰다. 그는 “외국인들은 신발을 벗느냐 아니냐로 ‘한국적인 것’을 판단하기도 하더라”면서 "좌식 문화를 공간에 반영하기 위해 침대와 테이블을 낮췄다”고 했다. 반면 침실 벽의 커다랗고 둥근 유리창이나 양철 지붕은 전통 한옥에서 보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한 가지 재료만으로 단순하게 마감한 실내 디자인도 현대적이다. “일반적으로 한옥은 콩기름 칠한 장판을 바닥에 깔고 벽에는 한지를 쓰는데 관리가 까다로워서 현대적 재료를 썼습니다.”
한옥을 고쳐 지으면서도 한옥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자유로운 디자인을 시도 했다. 한옥은 건축비가 비싸 대개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아 짓는다. 문제는 한옥 보존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지원금이 한옥 디자인을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 일부 전통건축 전문가들은 표준화하기 어려운 전통 재료, 공법을 요구 하는 지 원금제도가 ‘조선 시대 한옥’만을 재생산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누와는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만큼 공기(工期)를 단축하고 전통기와, 창호 같은. 고가 소재를 현대 재료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했다.
누와는 건축계는 물론 여행,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지랩의 독특한 행보를 잘 보여준 작업이기도 하다. 지랩은 서울과 제주를 중심으로 여행자 숙소를 주로 지었다. 건물 설계는 물론 콘셉트 설정 부터 가구 디자인 까지도 맡는 ‘토털 디자인’이 장기다. 누와도 벽에 걸린 족자나 처마 끝 풍경(風磬)까지 직접 디자인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높였다. 박중현은 “주택과 달리 숙소는 이름도 지어야 하고 콘셉트에 맞는 실내 집기도 누군가 결정해야 하는데 그걸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면서 “지랩이 그런 회사가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랩과 별도로 스타트업을 만들어 ‘스테이폴리오’라는 숙소 예약 웹사이트도 운영한다. 스테이폴리오 대표를 맡은 이상묵은 “지랩에서 디자인한 30여곳을 포함해 숙소 총 600여곳을 소개한다”고 했다. “스테이폴리오가 소문이 나면서 입점을 요청해오거나 아예 디자인부터 지랩에 맡기는 숙소들이 늘어났습니다. 2018년엔 기업 가치 100억원으로 평가 받아 1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죠.”
셋은 여행자의 숙소를 스테이(stay) 라고 불렀다. 잠만 자는 호텔, 펜션과 차별화되는 곳, 취향이 뚜렷한 공간임을 강조한 단어 선택이다“. 전에는 여행지를 정하고 잘 곳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맘에 드는 숙소에 묵으려고 여행을 떠납니다. 머무는 게 곧 여행인 거죠.”
도시 한옥의 새 가능성 제시 ‐. 여행자를 위한 공간 '누와'
기와지붕이나 대청마루, 처마의 곡선 처럼 한옥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한옥일까. 오늘의 도시에 맞는 새 한옥은 어떤 모습일까.
이상묵, 노경록, 박중현이 창업한 건축회사 지랩 (Z_Lab)은 지난해 서울 누하동에 지은 누와(NUWA)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누와는 골목 안 오래된 한옥을 고쳐 혼자 머무는 여행자(최대 2인까지 숙박 가능)의 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지난해 말 영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에 실렸고 최근에는 글로벌 건축 디자인 웹 진(인터넷 잡지) 아키데일리와 디진에서도 조명했다. 한국의 전통미와 세계적 보편성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미 올 가을까지 예약이 찼을 만큼 소문이 났다.
최근 만난 노경록은 “울퉁불퉁한 서까래가 실내에 드러나 있어서 한옥의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면서 “일본 목조 주택과도 다른 점”이라고 했다. 침실도 서까래를 노출시켰다. 그는 “외국인들은 신발을 벗느냐 아니냐로 ‘한국적인 것’을 판단하기도 하더라”면서 "좌식 문화를 공간에 반영하기 위해 침대와 테이블을 낮췄다”고 했다. 반면 침실 벽의 커다랗고 둥근 유리창이나 양철 지붕은 전통 한옥에서 보기 어려웠던 것들이다. 한 가지 재료만으로 단순하게 마감한 실내 디자인도 현대적이다. “일반적으로 한옥은 콩기름 칠한 장판을 바닥에 깔고 벽에는 한지를 쓰는데 관리가 까다로워서 현대적 재료를 썼습니다.”
한옥을 고쳐 지으면서도 한옥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자유로운 디자인을 시도 했다. 한옥은 건축비가 비싸 대개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아 짓는다. 문제는 한옥 보존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지원금이 한옥 디자인을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 일부 전통건축 전문가들은 표준화하기 어려운 전통 재료, 공법을 요구 하는 지 원금제도가 ‘조선 시대 한옥’만을 재생산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누와는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만큼 공기(工期)를 단축하고 전통기와, 창호 같은. 고가 소재를 현대 재료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했다.
누와는 건축계는 물론 여행,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지랩의 독특한 행보를 잘 보여준 작업이기도 하다. 지랩은 서울과 제주를 중심으로 여행자 숙소를 주로 지었다. 건물 설계는 물론 콘셉트 설정 부터 가구 디자인 까지도 맡는 ‘토털 디자인’이 장기다. 누와도 벽에 걸린 족자나 처마 끝 풍경(風磬)까지 직접 디자인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높였다. 박중현은 “주택과 달리 숙소는 이름도 지어야 하고 콘셉트에 맞는 실내 집기도 누군가 결정해야 하는데 그걸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면서 “지랩이 그런 회사가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랩과 별도로 스타트업을 만들어 ‘스테이폴리오’라는 숙소 예약 웹사이트도 운영한다. 스테이폴리오 대표를 맡은 이상묵은 “지랩에서 디자인한 30여곳을 포함해 숙소 총 600여곳을 소개한다”고 했다. “스테이폴리오가 소문이 나면서 입점을 요청해오거나 아예 디자인부터 지랩에 맡기는 숙소들이 늘어났습니다. 2018년엔 기업 가치 100억원으로 평가 받아 1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죠.”
셋은 여행자의 숙소를 스테이(stay) 라고 불렀다. 잠만 자는 호텔, 펜션과 차별화되는 곳, 취향이 뚜렷한 공간임을 강조한 단어 선택이다“. 전에는 여행지를 정하고 잘 곳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맘에 드는 숙소에 묵으려고 여행을 떠납니다. 머무는 게 곧 여행인 거죠.”